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무상함



문득 남녀관계라는 게 참 무상하다 싶다.

모든 인간관계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갑남을녀의 만남 역시
그런 수많은 관계 중 하나일 뿐인데

남녀라는 틀에
굳이 로맨스를 라벨링 하고

별 의미없는 남자들과의 관계를 우겨넣으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왔던 것 같다.



점잖은 척
난 인생의 사랑 같은 걸 찾는 게 아니고,
함께 삶을 살아갈 반려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 누구보다 로맨스를 꿈꿨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판 모르던 남녀가
서로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갖고
상대방의 호의를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나누는 모든 과정은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너무 솟구치는 일이잖아.
중독되지 않는게 이상한 일이긴 하지.
재밌고 행복하니까.



하지만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관계의 무정함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끝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면서.

내가 너무 순진했네 싶은 자책을 하기도,
다치지 않겠다 다짐하며
먼저 상대를 잘라버리기도 했다.  

근데 그렇게 잘라낸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더라.
어차피 좋아하는 마음이 남은 상태에서
좋지 않아보이는 끝이 예상되어 미리 끝낸 것 뿐이라.


그냥 며칠 전 부터

1. 나는 왜 지나간 과거를 잘 잊지 못하는가
2. 왜 상처받는 것이 이렇게도 싫지
3. 그럼에도 그냥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두자

의 무한 사이클을 돌고 있었다.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가는 게 잘 안되서
괴로워하던 중 문득

내가 원하는 것을 줄수 없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면서
내 마음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구나 싶어졌다.

왜 그간 move on 을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지,
왜 나는 미련을
있는대로 없는대로 다 떨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했는데.
상대에게 관계의 주도권을 억지로 쥐어준 건
나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제 됐다, 싶은 마음에 매우 후련해졌다.



혼자 있는 것
내가 나와 지내는 시간이
괴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좋고 편안한 상태인 것을 경험해보는 시간으로
지금의 시간을 잘 써봐야겠다.